EP. 34 민쌤과 함께_건조대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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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https://youtu.be/nyEiG4hkhIw 대본 https://mcdn.podbean.com/mf/web/p6bbpn/Ep34_lanudry.mp3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뿐사뿐 민쌤입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고 바람도 솔솔 부는 기분 좋은 오후예요. 여러분은 이런 날 뭐 하고 싶으세요? 산이나 들로 나들이를 가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차 한잔하고 싶으신가요? 뭘 해도 잘 어울릴 만한 평온하고 아름다운 날인 거 같아요. 그런데 집에서 살림을 하는 주부라면, 한번쯤은 ‘이불 널기에 딱 좋은 날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거예요. 이렇게 볕이 좋을 때 이불을 말리면 뽀송뽀송해지거든요. 여러분도 그 기분 좋은 감촉을 아시지요? 일반 빨래도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좋은 곳에 널어 두면 잘 마르잖아요. 여러분 나라에서는 빨래를 해서 어떻게 말리시나요? 미국에서는 세탁기에 빨래를 하고 건조기로 말리는 가정이 많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이 빨래 건조대를 이용해요. 빨래 건조대 보신 적 있나요? 빨래를 말리기 위해 사용하는 대를 말하는데 아주 편리해요. 빨래를 하나하나 널 수 있게 되어 있고, 옷걸이를 이용하면 더 많은 빨래를 널 수 있어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한쪽에 두면 되고요. 마당이나 옥상이 있는 집에서는 줄을 매어 빨래를 널기도 하는데, 공간이 좁을 때는 건조대가 딱이지요. 대본 링크를 누르면 건조대 사진을 볼 수 있으니까 참고하세요. 아무튼 자연을 이용해서 빨래를 말렸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현대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셈이지요. 제가 오늘 빨래 얘기를 하는 건 단순히 볕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사실 얼마 전에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빨래 건조대에게 작별 인사를 했거든요. 미국에 와서부터 우리와 함께 했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었네요. 손수건이나 양말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온갖 옷들과 이불에 이르기까지 우리 집의 모든 빨래들이 이 건조대를 거쳐 갔어요. 그런데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한두 달 전부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자꾸 주저앉더라고요. 그러더니 결국은 부서져 버렸지 뭐예요. 그동안 얹어 온 빨래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 전에는 건조대를 눈여겨본 적도 없고 말을 걸어 본 적도 없는데, 그렇게 떠나 보내려 하니 고마움과 미안함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인사를 하고 보내 주었답니다. “건조대야,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 해 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우리 가족이 깨끗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단다. 그리고 이런 모습으로 작별하게 되어 정말 미안해. 안녕, 잘 가!” 건조대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아낌없이 자기를 다 주고 떠나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은 햇살 좋은 오후에 빨래 얘기로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다음 시간에 다른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메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