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3 민쌤과 함께_축제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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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https://youtu.be/hHDzdDJWVk0 대본: https://mcdn.podbean.com/mf/web/9a4r4m/ep53_festival.pdf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뿐사뿐 민쌤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혹시 케이팝 콘서트에 가 본 적 있으세요? 화려한 응원봉을 흔들며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콘서트장을 가득 채우고, 너나 할것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잖아요? 그리고 그 가슴 벅찬 흥분과 감동은 콘서트가 끝나도 좀처럼 식을 줄 모르지요. 한국어 교실에서, 그것도 이제 막 한글을 읽기 시작한 학생들이 이런 열기를 뿜어 내며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면 믿으시겠어요? 한글을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한국학교에 등록을 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두 시간 수업을 해요. 그렇게 5주 동안 한글을 배우고 나면 그 다음 주에는 읽기 프로젝트 파티가 있어요. 한글로 된 두세 문장을 골라 다른 학생들 앞에서 읽는 거예요. 어떤 문장이든 괜찮아요. 노래 가사도 좋고 인상 깊었던 문구도 좋고 아니면 우연히 마주친 광고 문구도 괜찮아요. 얼마 전 초급 1반 학생들과 이 파티를 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에 깜짝 놀랐어요. 특별히 왜 그 내용을 골랐는지 소개하는 부분에서 학생들의 사연을 들으니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한 흑인 학생은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가지고 왔어요. 자기 파트너가 한국 사람인데, 우연히 듣게 된 아리랑이라는 노래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하더군요. 아리랑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대표적인 민요지요? 민요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는 노래예요. 그 흑인 친구는 아리랑이라는 노래에 담긴 애절함과 슬픔이 자기네 민족의 정서와 깊이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파트너랑 이 노래를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고요. 그 친구가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저도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아리랑의 구슬픈 가락에 이어 다른 학생이 신나는 케이팝을 들고 왔어요. 자기가 얼마나 그 노래와 가수를 좋아하는지 얘기한 다음 가사를 천천히 또박또박 읽더라고요. 그러고는 몸을 움직여 리듬을 타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우리는 응원봉 대신 휴대폰의 불을 밝혀서 높이 흔들면서 그 학생을 응원했어요. 노래가 끝나자 우리는 큰 박수를 치면서 “잘했어요!” 이렇게 외쳤지요. 실제로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또 자기가 선택한 내용을 읽을 때 혹시 실수를 해서 틀리게 읽었어도 괜찮아요. 무조건 잘한 거예요. 왜냐하면 5주 동안 한글을 배우고 이렇게 발표를 하기까지 들인 노력이 너무도 대단하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도 조카들이 즐겨 부르던 ‘곰 세 마리’라는 어린이 노래를 가져와 부른 학생도 있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편지를 읽은 학생도 있어요. 아무튼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발표를 할 때마다 나머지 학생들의 적극적인 반응 덕분에 교실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지요. 그렇게 열 명이 넘는 학생들이 발표를 마쳤을 때, 우리는 풍성한 먹거리와 흥겨운 음악이 있는 유쾌한 잔치를 즐긴 것처럼 모두 행복했어요.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돌아왔을 때 한 학생이 제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선생님, 제가 발표하는 걸 깜박했어요.” 그 말에 저는 빵 터졌어요. 얼마나 잔치 분위기에 흠뻑 취했으면 자기가 발표해야 한다는 것도 잊었을까요? 청취자 여러분, 여러분도 새로운 언어를 읽고 쓰고 이해하는 기쁨을 맛보았던 때가 있지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마친 이 학생들이 여러분처럼 한국어와 한국 문화라는 새로운 세계에 풍덩 뛰어들어 흥미진진한 모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 여정에 제가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면서 오늘 민쌤과 함께는 여기서 마칠게요.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메일 [email protected]